대출규제를 우회하는 매도인 근저당은 괜찮은 방법일까요. 법상으로는 탈법이 아닙니다. 그러나 합법적이라고 하더라도 이 방법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볼까 합니다. 강남권 등 고가아파트가 즐비한 지역에나 있을 법한 거래방식이 최근 강북권 성북구 길음동 매물에 "매도인 대출 가능"이라는 문구로 붙었다는 기사를 보고, 이게 일파만파 확산일로에 있는 유행현상은 아닌지, 우리 동네 이야기라 더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을 비롯해 수도권 곳곳에서 '매도인 근저당 가능'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지난 28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길음래미안1차 전용 59㎡ 매물(호가 13억1000만원)에 "매도인 대출 가능" 문구가 붙었습니다. 경기 광명시 철산동 푸르지오하늘채 전용 59㎡ 매물(13억4000만원)도 "매도인 근저당 가능"을 내세웠습니다. 집주인이 매수자에게 직접 돈을 빌려주고 그 집에 근저당을 설정하는 방식, 이른바 '셀러 파이낸싱'입니다.
원래 이 방식은 압구정동 같은 초고가 주택 거래에서만 제한적으로 쓰였습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분당 자택을 매각하면서 17억7700만원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알려지자 관심이 확 커졌고, 이제 10억원대 아파트, 서울 외곽과 경기권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외국인 매수세(4월까지 944명, 3월 전월 대비 26.5% 급등)도 같은 흐름입니다. 대출 총량을 조이면 조일수록 규제 밖 통로로 자금이 몰리는 것입니다.

대출 총량이 조여질수록 외국인 매수와 매도인 근저당이라는 두 갈래 우회로가 함께 넓어지고 있다.
매도인이 떠안는 리스크
"개인이 신용 리스크를 떠안는다"는 말을 구체적으로 풀면, 은행이 하던 심사·독촉·경매 절차를 매도인 개인이 직접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매수자가 상환을 안 하면 매도인이 직접 소송을 걸고 임의경매를 신청해야 하며, 이 절차에 통상 수개월~1년 이상 걸립니다. 낙찰가가 원금보다 낮으면 그 차액은 손실로 남습니다. 순위 문제도 있습니다 — 매수자가 다른 대출을 받아두면 매도인 근저당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습니다.
세무 리스크도 있습니다. 국세청 적정 이자율은 연 4.6%입니다. 이보다 낮게 잡거나 무이자로 하면 차액만큼 편법 증여로 추징될 수 있습니다(연 1000만원 이하 예외 → 원금 약 2억1700만원 이하일 때만 무이자 안전). 10억원대 거래는 이 한도를 넘기 때문에 이자율을 최소 4.6% 이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매도인은 받은 이자를 이자소득으로 신고해야 합니다(원천징수 27.5%).
이 방식이 악용될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고의로 상환하지 않으면, 경매 유찰 시 최저매각가격이 회차마다 20~30%씩 떨어지는 점을 이용해 채무자의 가족·지인이 늦게 입찰에 참여해 헐값에 되찾아오는 수법도 가정할 수 있습니다. 매도인은 배당은 받지만 원금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만 손에 쥐게 됩니다. 매수인의 개인회생·파산 신청으로 상환이 동결되거나 원금이 감액될 위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매수인에게 매도인 측이 확인할 수 없었던 개인 채무 중 국세나 지방세 체납액이 있을 경우 근저당보다 우선순위로 배당을 받을 수 있고, 그가 운영하던 사업체에 임금·퇴직금 체불이 있었다면 그보다도 앞설 수 있습니다. 매수자의 체납액이나 미지급 임금을 이 방식으로 정리하는 데 악용될 경우, 막을 도리가 없게 됩니다.
결국 이 모든 위험의 뿌리는 하나입니다. 매수인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입니다. 매수인이 처음부터 작정하고 접근한다면, 아무리 계약서를 촘촘히 써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습니다. 은행이었다면 신용정보 조회, 국세·지방세 완납증명, 사업자 체납 이력까지 심사 단계에서 걸러내지만, 개인 매도인은 이런 조회 권한도 노하우도 없습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는 계약 전 국세완납증명서와 지방세완납증명서를 요구하고 신용정보 조회 동의를 구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매수인이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게 이 거래의 근본적인 한계입니다.
Q&A — "경매로 넘기면 빚이 없어진다"는데, 사실인가요
Q. 재산을 일부러 경매로 넘겨서 임금 체불이나 세금 체납을 정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A.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경매 배당은 순위가 법으로 정해져 있어서, 최종 3개월치 임금과 최종 3년치 퇴직금은 근저당보다도 앞서 최우선으로 배당받고, 재산세 등 '당해세'도 대부분 근저당보다 우선합니다. 경매를 해도 임금채권자와 국가가 먼저 챙겨가는 구조지, 정작 재산을 넘긴 사람에게 유리한 구조가 아닙니다.
Q. 그럼 매도인 입장에서는 문제가 없는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매수인에게 근저당 설정 이전부터 있던 임금 체불이나 세금 체납이 있다면, 이런 채권들이 매도인의 근저당보다 앞서 배당받기 때문에, 매도인은 이런 숨은 우선순위 채권의 존재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채로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반드시 넣어야 할 것
부동산 계약은 변호사·법무사가 할 수 없습니다. 부동산 매매를 중개할 수 있는 자격은 공인중개사법상 공인중개사에게만 있습니다. 계약 시 특약에 근저당에 대한 상세 조건을 명기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계약 전 별도로 근저당에 관한 당사자 간 합의서를 작성한 후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부동산 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방법이 어찌 되었든 당사자 합의에 의해 명시할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전문 법률사무소에 상담하는 게 좋습니다.
- 원금과 이자율(연 4.6% 이상)
- 상환 방법·기간
- 근저당권 채권최고액
- 소유권 이전과 근저당 설정의 선후 관계
- 연체 시 기한이익 상실 조항
- 중도상환 조건
Q&A — 채권자(매도인)가 상환 도중 세상을 뜨면 어떻게 될까
가족 간 매도인 근저당 거래에서, 매도인이 상환이 끝나기 전에 사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Q. 매수인이 상속인이 아닌 남남 거래라면요.
A. 채권은 그대로 상속재산이 됩니다. 근저당권과 대여금채권은 금전채권이라 별도 분할 절차 없이 상속인들에게 법정상속분대로 당연히 나뉘어 넘어갑니다. 매수인은 이제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상속인에게 각자 지분만큼 상환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이고, 이 채권 자체가 상속세 과세 대상 재산에 포함됩니다.
Q. 아버지가 아들에게 판 집이라면, 즉 매수인이 상속인 중 한 명이라면요.
A. 여기서부터 흥미로워집니다. 이 경우 아들은 '채무자'인 동시에 '상속인'이 됩니다. 민법상 채권과 채무가 같은 사람에게 귀속되면 그 채무는 원칙적으로 소멸합니다('혼동'이라는 법률 개념입니다). 아들의 상속분만큼은 자기 채무가 자기 채권과 만나 사라집니다. 형제가 셋이고 아들이 그중 하나라면, 채무의 3분의 1은 혼동으로 소멸하고 나머지 3분의 2는 다른 두 형제에게 채권으로 남습니다.
Q. 그럼 다른 형제들은 가만히 있을까요.
A. 대개는 아닙니다. "왜 쟤 채무만 저절로 없어지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채무 소멸분은 아들이 생전에 실질적인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아 '특별수익'으로 계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별수익으로 인정되면 상속재산을 나눌 때 이 몫만큼 아들의 상속분에서 미리 정산합니다. 유언으로 이 채권을 아들에게 몰아줬다면, 다른 형제들이 유류분 침해를 이유로 반환청구 소송을 걸 수도 있습니다.
Q. 상환이 애매하게 진행 중이었다면요.
A. 국세청은 이걸 그냥 두지 않습니다. 사망 전 상당한 재산을 처분하거나 채권을 형성해뒀는데 그 돈의 용도가 불분명하면 상속재산으로 추정해 과세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여기에 실제 상환 내역이 없었다는 정황까지 겹치면, 국세청이 처음부터 이 거래 전체를 증여로 재구성해 상속세를 다시 매길 위험도 있습니다.
결국 가족 간 매도인 근저당은, 채권자가 상환이 끝나기 전 사망하는 상황에서 세금 문제를 넘어 형제자매 간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상환 계획과 유언 정리를 함께 해두지 않으면, 좋은 뜻으로 시작한 거래가 남은 가족들 사이의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이런 거래가 사회 전체로 번질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
① 대출 총량규제 자체가 무력화됩니다. ②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그림자 금융'이 커집니다. ③ 현금 여력 있는 자산가만 쓸 수 있어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킵니다. ④ 자진 신고 의존 구조라 세수 누락이 늘어납니다. ⑤ 유찰·가족낙찰 같은 악용 패턴이 하나의 '수법'으로 굳어질 수 있습니다. ⑥ 부실 처리 부담이 법원·경매 시스템으로 옮겨갑니다.
그나마 안전하게 하려면
평소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면 권하기 어렵습니다. 가족 간 거래라면 '부담부증여'를 점검해야 합니다. 채무를 함께 넘기는 조건의 증여는 채무액만큼 양도세, 나머지는 증여세로 과세되는 절세 수단이지만, 매도인 근저당과 결합해 실제 상환 내역 없이 나중에 채권을 면제하면 국세청이 위장 증여로 재구성해 증여세를 추징하고, 상속 시엔 상속재산에 합산될 수 있습니다. 가족 간일수록 상환 기록을 더 꼼꼼히 남겨야 합니다.
마치면서
이 방식은 원래 강남권 초고가 주택 거래에서나 쓰이던, 일반인은 알 필요도 없던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유명 인사의 매매 사례가 알려지면서 이 '편법'이 순식간에 대중적인 지식이 됐고, 지금은 우리 동네 아파트 매물에서까지 문구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방식이 확산되는 속도만큼, 정작 계약서 한 줄의 무게나 상대방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전제는 함께 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잘 모르고 뛰어든 매도인이 상환도 못 받고, 순위에서도 밀리고, 세금까지 물게 되는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좋은 절세·자금조달 수단으로 알려진 방법 하나가 이렇게 퍼져나가는 걸 보면서, 사회 전체가 조금씩 뒤숭숭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예전 가족 간 저리 대여는 서로 신용을 아는 관계 안에서 이뤄졌지만, 지금 확산되는 매도인 근저당은 낯선 상대와 10억원대 거래를 하는 것이라 차원이 다릅니다. 계약서 한 줄 한 줄이 서로의 방어막이 됩니다.
우리 동네 매물에 이런 조건이 붙는 걸 보면서, 규제가 촘촘해질수록 우회하는 방법이 오히려 더 평범하지 않은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된 셈입니다. 대출 규제를 뚫을 방법을 찾기 전에, 애초에 감당 가능한 가격대인지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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